오후 햇살이 드는 빈 원룸 탁자 위에 놓인 열쇠 꾸러미와 봉투, 서명 전의 빈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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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쓰기 전에 보낸 대만 집 定金, 돌려받나 두 배로 받나

7분 분량

가상의 장면입니다. 실제 임대 매물이나 당사자를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타이베이의 한 건물 1층을 빌리려던 세입자 쪽은 월세 한 달 치를 정금(定金)으로 보냈고, 집주인 아내가 건넨 열쇠로 인테리어 기사를 들여 벽을 칠하고 목공을 시작했습니다. 계약서 서명과 공증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2022년 12월 12일 집주인 아내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가족이 쓰기로 해서 세를 놓을 수 없게 됐으니 받은 돈은 돌려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판결문).

집주인은 그 돈 NT$88,000을 실제로 돌려줬습니다. 그래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집주인은 같은 금액을 한 번 더 내야 했습니다. 간이사건 1심 판결에 대한 집주인의 항소를 같은 지방법원 합의부가 113년도 簡上字 제219호 판결로 2026년 1월 21일 기각했고, 판결문에는 이 판결에 상소할 수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집을 잡아 두려고 보낸 定金은 계약서를 쓰기 전에 일이 틀어지면 그대로 돌아오기도, 집주인에게 남기도, 두 배가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타이베이와 지룽의 법원은 이런 돈에도 민법 제249조를 유추 적용했고, 계약이 어느 쪽에 책임 있는 사유로 무산됐는지에서 결론이 갈렸습니다. 따로 정한 약정이 있으면 그것이 먼저입니다.

공증을 마치지 않은 타이베이 사건

민법 제248조는 계약 당사자 한쪽이 상대방에게서 定金을 받으면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추정일 뿐입니다. 제166조에 따르면, 계약을 일정한 방식으로 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방식을 마치기 전에는 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타이베이 사건의 세입자 쪽은 제248조를 근거 가운데 하나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양쪽이 공증하기로 해 놓고 공증을 마치지 않았으니 임대차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만 목적물, 월세 NT$88,000, 두 달 치 보증금처럼 꼭 필요한 사항에는 뜻이 맞았으므로, 본계약을 맺기로 하는 예약(預約)은 성립했다고 봤습니다(판결문).

집주인은 받은 돈을 '보증금 선납분'이라고 불렀습니다. 법원은 공증하고 본계약을 맺기 전에 건넨 돈이라는 점을 들어, 본계약의 성립을 담보하는 입약정금(立約定金)으로 판단했습니다(판결문). 입주한 뒤 보증금(押金)을 돌려받는 문제는 따로 다뤘습니다.

돌려받나, 잃나, 두 배인가

당사자가 따로 정한 것이 없으면 定金은 민법 제249조의 네 가지 규칙을 따릅니다.

계약이 어떻게 됐나定金은
계약이 이행됨(제1호)돌려주거나 급부의 일부로 삼아야 함
낸 쪽에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됨(제2호)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없음
받은 쪽에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됨(제3호)받은 쪽이 두 배로 돌려주어야 함
어느 쪽에도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됨(제4호)돌려주어야 함

조문이 말하는 것은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입니다. 아직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타이베이 법원은 최고법원 93년도 台上字 제441호 판결을 들어, 본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입약정금에는 제249조를 유추 적용한다고 했습니다(타이베이 판결). 지룽 판결은 최고법원 96년도 台上字 제2565호 판결의 취지를 인용해 더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따로 정한 것이 없는 한, 입약정금을 낸 쪽이 본계약을 거부하면 돌려 달라고 할 수 없고 받은 쪽이 거부하면 두 배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워킹홀리데이로 대만에 온 사람이 월세 NT$18,000짜리 방을 잡으려고 한 달 치를 定金으로 보냈는데, 집주인이 가족이 들어온다며 계약을 접고 그 돈만 돌려줬다고 해 봅시다(가상의 예입니다). 따로 정한 것이 없고 집주인 쪽에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면, 두 배인 NT$36,000에서 돌려받은 돈을 뺀 NT$18,000을 더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249조 제3호). 세입자 쪽에 책임 있는 사유였다면 돌려 달라고 할 수 없고(제2호), 어느 쪽에도 책임이 없다면 NT$18,000만 돌려받습니다(제4호).

타이베이 법원이 집주인 쪽 사유로 본 메시지

법원은 가족이 쓰기로 했다는 12월 12일 메시지의 사정을 집주인 쪽에 책임 있는 사유로 봤습니다. 제249조 제3호를 유추 적용하면 두 배는 NT$176,000입니다. 이미 돌려준 NT$88,000을 빼면 NT$88,000이 남습니다(판결문).

집주인의 반론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정해진 기간 안에 공증인 앞에서 계약하지 못하면 누구 책임이든 받은 돈만 돌려주기로 특약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세입자 쪽은 부인했습니다. 증명은 없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세입자 쪽이 12월 11일 동의 없이 들어가 칠을 하는 바람에 계약이 깨졌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법원은 인테리어 기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집주인 쪽이 열쇠를 돌려받기 전까지 공사를 알면서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서명·공증 뒤에 공사하자는 메시지는 열쇠를 돌려준 12월 8일에야 오갔고, 다시 들어갔다는 증거도 없었습니다(판결문).

지룽 사건, 연대보증인에서 멈춘 계약

결론이 반대로 나온 사건도 있습니다. 지룽지방법원 지룽 간이법정의 114년도 基小字 제407호 소액사건 판결(2025년 4월 29일)입니다. 세입자가 될 사람은 원고의 아버지였습니다. 원고는 중개인과 집을 본 다음 날 아침 定金 NT$6,000을 보냈고, 계약서 초안을 보여 달라고 한 것은 송금하고 두 시간쯤 지나서였습니다. 법원은 계약 조건도 모른 채 보낸 이 돈을 입약정금으로 봤습니다.

이후 집주인이 중개인에게 보증인이 와야 하고 못 오면 보증서를 준비해 달라고 하자, 중개인은 서명하는 날 바꿀 내용을 협의하자고 답했습니다. 집주인 측 설명으로는 그날 아버지만 나왔고 원고는 전화로 연대보증인란 서명을 거절했습니다. 그 뒤 경위는 원고도 다투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1년 치 월세 선납으로 보증인을 대신하기로 했다가 돈을 찾은 뒤 번복했고, 원고는 명함·신분증 번호·호적 주소를 주기로 하고 명함까지 보냈지만 끝내 계약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원고는 집주인이 마지막에 조건을 바꿨다며 두 배인 NT$12,000을 청구했습니다(판결문).

법원은 두 경우를 나눠 봤습니다. 그날 보증인 대신 다른 조건에 합의했다면, 계약이 깨진 것은 원고가 끝내 계약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합의가 없었다면, 원고와 집주인은 연대보증인이 필요한지를 두고 서명 전까지 한 번도 뜻이 맞지 않은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집주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는 아니었습니다. 청구는 기각됐고, 소송비용 NT$1,000도 원고가 부담하게 됐습니다(판결문).

이 판결이 판단한 것은 제249조 제3호에 따른 두 배 청구뿐입니다. NT$6,000 자체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제4호), 집주인이 가질 수 있는지(제2호)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판결문 끝의 안내를 보면 상소는 판결이 법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만 할 수 있습니다. 송달받은 뒤 20일 안에 같은 법원에 상소장을 내야 하고, 합의부가 심리합니다. 대만에 보증 서 줄 사람이 없다면 보증인이 필요한지 定金을 보내기 전에 물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먼저 들인 공사비

민법 제245조의1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을 때 준비·교섭 과정에서 그 밖에 신의성실에 명백히 반하는 방법을 쓴 당사자는 과실 없이 계약이 성립할 것으로 믿었다가 손해를 입은 상대방에게 배상 책임을 집니다. 이 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합니다(같은 조 제2항). 타이베이 법원은 이 조항에 따라 인테리어 인건비 NT$7,500을 인정했습니다. 집주인이 더 내야 할 돈은 NT$95,500으로 늘었고, 여기에 연 5%의 지연이자가 붙었습니다(판결문).

비자나 발령이 틀어진다면

비자가 나오지 않거나 발령이 바뀌어 세입자가 계약을 포기한다면, 이를 제249조 제2호의 낸 쪽에 책임 있는 사유로 볼지 제4호의 어느 쪽에도 책임 없는 사유로 볼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두 판결은 이 문제까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네 규칙은 당사자가 따로 정한 것이 없을 때 적용되므로, 定金을 보낼 때 그런 경우 돈을 어떻게 할지 메시지로 정해 두면 그 약정이 증명되는 한 먼저 적용됩니다. 타이베이 법원이 책임을 가린 근거도 12월 12일에 온 메시지 한 통이었습니다.

대만 변호사에게 맡길 수 있는 일

변호사는 송금 기록, 영수증, 메시지를 읽고 그 돈이 定金인지 월세 선납인지 보증금인지, '받은 돈만 돌려준다' 같은 약정이 있었는지부터 가립니다. 메시지를 시간순으로 맞춰 계약이 어느 쪽 사정으로 멈췄는지 정리하고, 민법 제249조에 따른 반환이나 두 배 반환과 제245조의1에 따른 공사비 같은 손해를 요구하는 존증신함(存證信函)을 보낼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나 중개인과 협상하거나, 소액·간이 소송의 소장을 쓰고 법정에 나가는 일도 맡길 수 있습니다(소액절차의 비용과 진행). 결론은 증거와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호정(昊鼎)국제법률사무소는 臺北市大同區承德路一段35號7樓之2에 있습니다. 定金 문제로 상의하고 싶으시면 wei@hoveringlaw.com.tw로 송금 기록과 계약이 무산된 경위가 담긴 대화 캡처를 보내 주세요.

참고한 공식 자료

확인일: 2026년 10월 19일

자주 묻는 질문

집주인이 가족이 쓰게 됐다며 계약을 접고 定金만 돌려줬습니다. 더 받을 수 있나요?
당사자 사이에 따로 정한 것이 없고 계약을 맺지 못한 것이 집주인 쪽에 책임 있는 사유 때문이라면 두 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지방법원 113년도 簡上字 제219호 판결은 계약서 작성 전에 낸 定金에 민법 제249조 제3호를 유추 적용해, 집주인이 이미 돌려준 NT$88,000을 빼고 NT$88,000을 더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집주인이 주장한 '누구 책임이든 받은 돈만 돌려준다'는 특약은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집주인이 연대보증인을 요구해서 결국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두 배를 받을 수 있나요?
지룽지방법원 지룽 간이법정의 114년도 基小字 제407호 소액사건에서 세입자가 될 사람은 원고의 아버지였고, 定金을 보내고 소송을 낸 사람은 원고였습니다. 판결은 보증인 조건에 합의가 없었던 경우와 대체 조건에 합의한 뒤 원고가 계약을 거부한 경우 중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집주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는 아니라고 보고 두 배 반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두 배 청구만 판단했고, 定金 NT$6,000 자체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당사자가 따로 정한 내용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 시작한 인테리어 비용도 청구할 수 있나요?
민법 제245조의1 제1항 제3호는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을 때 준비·교섭 과정에서 신의성실에 명백히 반하는 방법을 쓴 당사자가, 과실 없이 계약 성립을 믿었다가 손해를 입은 상대방에게 배상하도록 정합니다. 이 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합니다(같은 조 제2항). 타이베이 판결은 집주인 쪽에 책임 있는 사유로 계약이 무산된 사안에서 이 조항에 따라 인테리어 인건비 NT$7,500 배상을 인정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