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대만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가지고 캘리포니아에서 30년을 산 남편이 미국 변호사와 유언장, 그리고 취소가능 생전신탁(revocable living trust, 이하 리빙 트러스트)을 만들어 두었다고 가정합니다. 트러스트 재산 목록에는 타이베이의 아파트와 대만 은행 예금도 적었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한국인 아내가 확인해 보니 아파트 등기는 남편 이름 그대로이고, 예금 계좌도 남편 명의입니다.
이 상태라면 미국 서류만으로 대만의 아파트 명의와 예금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트러스트는 대만에서 명의를 옮긴 적이 없고, 유언장은 어느 나라 법으로 효력을 따질지가 문제입니다.
대만에서 명의를 옮기지 않은 트러스트
대만 신탁법 제1조는 신탁을 위탁자가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그 밖의 처분을 해서 수탁자가 관리·처분하게 하는 관계로 정의합니다. 대만에 있는 부동산의 물권은 소재지인 대만 법을 따르고(섭외민사법률적용법 제38조), 법률행위로 부동산 물권을 취득하거나 변경하려면 등기를 해야 효력이 생깁니다(민법 제758조). 등기가 필요한 재산을 신탁했더라도 신탁등기를 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신탁법 제4조 제1항). 주식을 신탁한 경우에는 발행회사에 통지해야 그 회사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트러스트 문서에 타이베이 아파트를 적어 두었더라도 대만 등기부에 수탁자 앞 이전등기와 신탁등기가 없다면, 그 아파트는 사망 당시 남편의 재산으로 남습니다. 예금은 등기 대상이 아니지만, 계좌 명의가 남편 그대로라면 수탁자가 트러스트 문서만으로 찾을 수 있는지를 은행에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그렇게 남은 대만 재산은 대만의 상속·유언 절차를 거치고, 여기서 미국 유언장이 문제 됩니다.
유언장의 효력은 어느 나라 법으로 따지나
섭외민사법률적용법 제60조는 유언의 성립과 효력을 유언을 만들 당시 유언자의 본국법에, 철회는 철회 당시의 본국법에 따르게 합니다. 방식은 제61조에 따라 본국법 외에 유언을 만든 곳의 법, 사망 당시 주소지의 법, 부동산에 관한 유언이면 부동산 소재지의 법 가운데 하나를 갖추면 됩니다.
국적이 여럿이면 관계가 가장 밀접한 국적의 법이 본국법입니다(제2조). 본국법이 미국법으로 정해지면, 주마다 법이 다르므로 미국의 법 적용 규칙에 따라 어느 법인지 정하고, 그 규칙이 분명하지 않으면 유언자와 관계가 가장 밀접한 법을 적용합니다(제5조). 상속 자체는 사망 당시의 본국법에 따르지만, 대만 법에 따라 상속인이 되는 대만 국민은 대만에 있는 유산을 상속할 수 있습니다(제58조).
외국에서 만든 유언장을 다룬 두 판결
타오위안지방법원은 2024년 7월 22일 판결(112年度家繼訴字第31號)에서 캐나다·대만 이중국적자가 2002년 캐나다에서 만든 유언장을 다뤘습니다. 사망자는 캐나다에 살다가 타오위안으로 돌아왔고 2018년 입국한 뒤로 출국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관계가 가장 밀접한 국적을 중화민국으로 보아 유언의 성립과 효력에 대만 법을 적용했습니다. 유언장을 내세운 쪽은 대만 재외공관의 인증서를 내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유언자와 증인인 변호사의 서명이 진정하다고 인정할 수 없고, 민법이 정한 자필유언·대필유언의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며 유언에 따른 분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유산은 법정상속분대로 나뉘었습니다. 지방법원의 판단입니다.
타이완고등법원 2023년 1월 31일 판결(111年度家上字第312號)은 중화민국 국민이 미국에서 만든 유언장에 관한 것입니다. 은행은 유언장이 유효한지, 유언집행자를 지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며 예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법원은 제60조 제1항에 따라 대만 법을 적용했습니다. 이 유언장은 증인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받아 적은 대필유언이었고, 로스앤젤레스 주재 타이베이경제문화판사처(대만의 재외공관)가 유언자와 증인들의 서명을 증명해 두었습니다. 법원은 문서가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고 대필유언의 요건도 갖추었다고 보았고, 1심과 달리 자녀를 유언집행자로 확인했습니다.
대만 법이 기준이 될 때의 방식과 특류분
대만 민법의 유언 방식은 자필·공증·밀봉·대필·구수 다섯 가지입니다(제1189조). 자필유언은 전문을 직접 쓰고 날짜를 적어 서명해야 하고(제1190조), 대필유언에는 증인이 세 명 이상 필요합니다(제1194조). 공증유언은 증인 두 명 이상과 함께 공증인 앞에서 하는데, 해외에 사는 국민은 대만 영사가 주재하는 곳에서 영사 앞에서 할 수 있습니다(제1191조). 컴퓨터로 작성해 서명하고 증인 두 명이 서명한 유언장이라면 자필유언도 아니고 대필유언의 증인 수에도 못 미칩니다. 이런 문서는 제61조가 열어 둔 다른 법, 예컨대 작성지 법의 방식을 갖추었는지와 서명이 진정한지가 대만에서 따로 문제 됩니다.
유언자는 특류분(特留分, 한국의 유류분에 해당) 규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만 유산을 처분할 수 있고(제1187조), 유증 때문에 특류분에 못 미치게 된 상속인은 모자란 만큼을 유증 재산에서 덜어 내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1225조). 제1223조에 따르면 배우자와 직계비속의 특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입니다. 이 조문은 2026년 8월 17일 개정 공포되어 공포 6개월 뒤 시행되므로, 다른 상속인의 특류분은 사망일에 적용되는 조문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유산세 신고와 상속등기
미국에 살던 사람이 대만 국적을 함께 가졌더라도 국외에 상시 거주(經常居住)했다면, 미국 국적만 가진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만 안에 있는 유산에만 유산세가 과세됩니다(유산및증여세법 제1조 제2항). 사망 전 2년 안에 대만에 주소가 있었거나, 주소 없이 거소만 두고 그 2년 동안 대만에 머문 날이 합계 365일을 넘으면 대만에 상시 거주한 것으로 봅니다(제4조). 사망 전 2년 안에 스스로 대만 국적을 버린 사람에게도 대만 국민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합니다(제3조의1).
신고 기한은 사망 다음 날부터 6개월이고(제23조), 국외 거주 국민과 외국인의 대만 유산은 타이베이 국세국(臺北國稅局)에 신고합니다(재정부 세무포털(稅務入口網) 신고 장소 안내). 외국에서 발급된 증명 서류는 현지 대만 재외공관의 인증을 받고 중국어 번역본을 붙여야 합니다(첨부 서류 안내). 면세액은 국외 거주 국민과 외국인에게도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어(제18조) 2026년에 사망한 경우 1,333만 대만달러입니다(재정부 공고). 반면 배우자·자녀·부모 공제 등 제17조 제1항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공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제17조 제2항). 2026년 9월 11일 개정 공포된 제6조에 따라 유언집행자가 있으면 집행자가 상속인과 수유자를 대신해 신고하고 납부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과 주의 세금은 별개의 문제이니 미국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하세요.
유산세를 다 내기 전에는 유산 분할, 유증의 인도, 이전등기를 할 수 없고(제8조), 지정사무소(地政事務所, 한국의 등기소에 해당)는 완납증명서나 면세증명서 같은 서류가 없으면 이전등기를 하지 않습니다(제42조). 상속등기 서류는 토지등기규칙 제119조가 정합니다. 유언으로 아파트를 유증받은 사람이 있어도 상속인이 먼저 상속등기를 한 뒤 수유자와 함께 이전등기를 신청해야 하고, 유언집행자가 지정되어 있으면 집행자 등기와 상속등기를 마친 뒤 집행자가 수유자와 함께 신청합니다(제123조). 외국에서 만든 유언장을 낼 때 어떤 인증과 번역이 필요한지는 부동산 소재지 지정사무소에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외국 국적 상속인의 토지 취득 제한은 외국인의 대만 부동산 상속에서, 유산세의 범위와 공제는 해외 거주 피상속인의 대만 유산세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미국에서 계획을 세울 때 의논해 볼 것
대만에 재산이 있다면 미국 변호사와 대만 변호사에게 같은 자료를 보여 주고 몇 가지를 의논해 볼 만합니다. 대만 재산만을 대상으로 대만 민법 방식의 유언을 따로 둘지가 그 하나이고, 그렇게 한다면 두 유언이 서로를 철회하는 것으로 읽히지 않게 문구를 맞추는 일도 함께 봐야 합니다. 미국에서 서명하는 문서에 대만 재외공관의 인증을 받아 둘지도 의논합니다. 인증은 문서를 만든 곳을 관할하는 재외공관에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고(문서증명조례 제10조), 위 두 판결에서는 인증서가 있었는지에 따라 서명의 진정성에 대한 판단이 갈렸습니다. 배분 비율을 정할 때 특류분을 고려할지, 대만 부동산을 실제로 신탁에 넣는다면 필요한 신탁등기(토지등기규칙 제124조)와 그에 따른 세금을 어떻게 볼지도 이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맞는지는 가족의 국적과 재산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호정(昊鼎)국제법률사무소에 문의하실 때는 유언자의 국적과 거주지, 대만 재산의 종류, 미국 유언장과 트러스트 문서를 만든 시기를 적어 wei@hoveringlaw.com.tw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설명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실제 문서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참고한 공식 자료
- 섭외민사법률적용법 제2조, 제5조, 제38조, 제58조, 제60조, 제61조
- 민법 제758조, 제1187조, 제1189조, 제1190조, 제1191조, 제1194조, 제1223조(2026년 8월 17일 개정 공포, 공포 6개월 뒤 시행), 제1225조
- 신탁법 제1조, 제4조
- 유산및증여세법 제1조, 제3조의1, 제4조, 제6조(2026년 9월 11일 개정 공포), 제8조, 제17조, 제18조, 제23조, 제42조
- 토지등기규칙 제119조, 제123조, 제124조
- 외교부 및 재외공관 문서증명조례 제10조
- 재정부 공고: 2026년(민국 115년) 발생 상속·증여 사건에 적용되는 금액
- 재정부 보도자료(2026년 9월 11일): 유산및증여세법 일부 조문 개정 공포
- 재정부 세무포털(稅務入口網): 유산세 신고 장소(3108), 유산세 신고 첨부 서류(3111)
- 타이완고등법원 111年度家上字第312號 판결(2023년 1월 31일)
- 타오위안지방법원 112年度家繼訴字第31號 판결(2024년 7월 22일)
확인일: 2026년 10월 5일
자주 묻는 질문
- 미국 리빙 트러스트 재산 목록에 타이베이 아파트를 적어 두었습니다. 수탁자가 바로 처분할 수 있나요?
- 대만에서 수탁자 앞으로 이전등기와 신탁등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렵습니다. 대만 민법 제758조는 법률행위에 따른 부동산 물권 변동이 등기를 해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등기가 필요한 재산의 신탁은 신탁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등기부가 사망자 명의 그대로라면 그 아파트는 유산세 신고와 상속등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 캘리포니아에서 만든 유언장은 대만에서도 효력이 있나요?
- 문서만으로 답할 수 없고 두 가지를 따집니다. 성립과 효력은 유언을 만들 당시 유언자의 본국법에 따르고(섭외민사법률적용법 제60조), 방식은 본국법, 작성지법, 사망 당시 주소지법, 부동산 소재지법 중 하나를 갖추면 됩니다(제61조). 대만 법이 기준이 되면 배우자·자녀의 특류분도 문제 됩니다. 서명이 진정한지를 대만에서 다투게 될 수 있으니 대만 재외공관의 인증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 평생 미국에 살았는데 대만에 유산세를 신고해야 하나요?
- 대만 안에 재산이 있으면 신고 대상입니다. 유산및증여세법 제1조 제2항에 따라 국외에 상시 거주(經常居住)한 대만 국민과 외국인은 대만 안에 있는 유산에만 과세되고, 사망 다음 날부터 6개월 안에 타이베이 국세국에 신고합니다. 유산세를 정리하기 전에는 이전등기를 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