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고객사가 장비 설치를 멈춰 달라고 요청하면, 한국 공급자는 중단된 작업과 계속할 수 있는 작업부터 나눠야 합니다. 전원 연결이 안 돼 시운전만 못 하는 경우와 출입 자체가 금지된 경우는 필요한 인력도, 다시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다릅니다. 이 차이를 남기지 않고 출장비 전액을 ‘고객 사정으로 생긴 대기비’로 청구하면 비용의 근거부터 다투게 됩니다.
현장 담당자의 “기다려 달라”는 말도 납기 연장이나 추가 비용 승인과 같지는 않습니다. 계약에서 누가 중단을 지시하고 금액·일정을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한 뒤, 현장에서 받은 요청을 그 담당자에게 전달해 정리해야 합니다. 장비 매매와 설치·시운전이 한 계약에 들어 있다면 어느 의무가 멈췄는지도 적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중단 기록에는 ‘누구 사정’보다 미완료 작업을 적습니다
전원, 바닥 공사, 배관, 반입 동선 가운데 무엇이 준비되지 않았고, 계약상 누가 언제까지 준비하기로 했는지를 대조합니다. 고객이 마련할 조건이라고 생각했어도 계약에는 공급자가 현장 조사 후 보완하게 돼 있을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가 현장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공급자 쪽 준비가 모두 끝났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예컨대 고객의 전원 공사가 늦어진 상황을 가정하면, ‘현장 준비 미흡’이라는 한 줄보다 미완료 구간, 그 때문에 진행할 수 없는 시험, 이미 완료한 설치, 남아 있는 자재와 인력을 기록하는 쪽이 사후 확인에 유용합니다. 공급자에게도 미반입 부품이나 미완료 프로그램이 있다면 같은 일정에 표시합니다. 고객의 지연이 없었어도 끝낼 수 없었던 기간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단을 지시한 사람과 시각, 예정 기간, 통지한 상대방을 기록하고 계약이 정한 변경·추가 비용 통지 절차를 따릅니다. 현장 담당자가 작업 사실을 확인한 서명과 구매부서가 금액을 승인한 서명은 효력이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담당자에게 계약을 변경할 권한이 있는지, 이메일 승인이나 정식 변경주문서 중 무엇이 요구되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설치를 계속할 계약인지, 끝낼 계약인지
이하 민법 설명은 해당 계약상 의무에 대만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한국 본사와 대만 고객 사이의 준거법 선택은 섭외민사법률적용법 제20조에 따라 먼저 살펴야 합니다.
민법 제507조는 도급 일을 완성하려면 발주자의 행위가 필요한데 그 행위를 하지 않는 경우를 다룹니다. 수급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협조를 요구할 수 있고, 그 기간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고 해제로 생긴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이행할 기회를 주는 순서가 들어 있습니다.
이 조항이 모든 장비 매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설치 부분이 어떤 의무인지, 발주자의 협조 없이는 완성할 수 없는 도급인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조항 자체가 하루 단위 대기료를 정해 주지도 않습니다. 고객과 계약을 계속하면서 추가 비용을 받으려면 기존 계약의 중단·변경 조항이나 별도 합의, 적용 가능한 손해배상 근거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곧 작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인력을 남기는 결정과 계약 해제 통지를 보내는 결정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이 받아 줄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수령 지체가 문제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민법 제235조는 원칙적으로 계약 내용에 맞게 실제 이행을 제공할 것을 요구합니다. 고객의 행위도 필요한 경우 등에는 이행 준비를 마쳤다는 통지로 대신할 수 있지만, 준비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메일만 보냈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제240조의 비용 청구도 이행 제공과 목적물 보관에 필요한 비용에 관한 것이므로, 모든 인건비·숙박비를 이 조항만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장에 남기는 비용과 철수했다 돌아오는 비용
중단 기간이 불명확하면 현지 대기를 계속할지, 일부 인력을 귀국시켰다가 다시 보낼지 비교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 싸다는 결론보다 그때 확인할 수 있었던 재개 예정일과 취소·변경 비용이 필요합니다. 다음 날 재개한다고 들었던 때의 결정과 장기 중단 통지를 받은 뒤의 결정은 평가할 사정이 다릅니다.
비용표에는 원래 투입하기로 한 금액과 중단 때문에 늘어난 금액을 나눕니다. 이미 계약금액에 포함된 출장비를 다시 청구하는지, 실제 추가 숙박일이 며칠인지, 항공권을 변경했는지 취소했는지, 다른 프로젝트로 돌린 인력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사내 일일 단가를 제시한다면 계약에서 합의한 단가인지 이번에 제안한 단가인지 표시해야 합니다. 사내 계산표만으로 상대방의 지급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고객에게 보낼 제안도 ‘대기비는 추후 청구한다’에서 한 걸음 더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남겨 둘 인원과 기간, 잠정 비용, 재개가 미뤄질 때 다시 결정할 날짜, 철수·재출동 비용을 나누어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고객이 사실관계만 확인했는지 비용까지 승인했는지는 회신에서 구분해 둡니다.
납기 변경은 비용 승인과 별도로 합의할 항목입니다. 원래 납기, 중단된 기간, 재개 후 필요한 준비·시험 기간을 함께 놓고 새 완료일을 정합니다. 고객이 “다음 주부터 들어오라”고 했더라도 지체상금 조항이나 검수일이 함께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책임 상한과 지체 관련 약정은 한국 장비·소재 공급자의 계약 검토에서 다룬 내용과 이어집니다.
비용 협의가 끝나도 안전 조건은 따로 남습니다
위험한 상태에서 작업을 이어 가면 안 됩니다. 직업안전위생법 제18조는 작업장에서 위험이 즉시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사용자나 현장 책임자가 작업을 중지시키고 작업자를 대피시키도록 합니다. 회사 간 대기비 협상과 작업자의 안전을 같은 승인으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작업장에서 원사업자와 도급·재도급 업체 작업자가 함께 일하는 등 법정 요건에 해당하면, 제27조에 따른 작업 연락·조정, 현장 순찰, 인력·장비 출입 관리 등도 문제가 됩니다. 여러 업체에 일을 나누어 맡겼을 때 누가 조정을 맡는지, 하위 도급업체가 맡을 의무는 무엇인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한국 엔지니어가 공장에 들어갔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안전관리 규정 자체가 업체 사이의 대기비를 전부 고객 부담으로 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작업 재개 전에는 중단 원인이 해소됐다는 확인, 현장의 안전·출입 조건, 남은 작업과 새 일정이 맞는지 살펴야 합니다. 체류나 작업 기간까지 길어졌다면 계약이행 인력의 취업허가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고객과 납기를 연장했다고 엔지니어의 허가 기간까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중단 기간의 비용이나 통지를 검토하려면 상담 문의에 계약 당사자, 중단한 작업, 지시를 받은 날짜와 예상 재개일을 알려 주시면 됩니다. 상세 작업기록과 비용표는 검토할 범위를 정한 뒤 전달할 수 있습니다.
공식 자료 확인일: 2026년 10월 10일. 민법의 관련 현행 조문과 직업안전위생법·시행세칙의 시행 이력을 확인했습니다. 2025년 12월 19일 개정된 직업안전위생법은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이 글은 대만법에 관한 일반 정보이며, 개별 계약의 대기비·납기 변경 권리나 작업장의 안전성을 판정하는 의견은 아닙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