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판이 한국 본사의 브랜드를 자기 명의로 등록한 사실을 알게 됐다면, 먼저 출원·등록 기록과 계약서를 나란히 놓고 봐야 한다. 한국에서 먼저 등록한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대만 등록이 자동으로 취소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대만 등록을 놓쳤다고 해서 다툴 방법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대응을 가르는 것은 총판의 출원 전에 누가 상표를 실제로 사용했는지, 총판이 어떤 경위로 그 상표를 알았는지, 본사가 무엇에 동의했는지다. 여기에 등록공고일부터 계산하는 법정 기한이 더해진다.
1. 출원번호와 등록공고일부터 확인한다
총판이 보내온 등록증 사진이나 “현지 등록은 끝났다”는 설명만으로 현재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만 경제부 지식재산국(智慧財產局, TIPO)의 기록에서 출원번호·등록번호, 출원인·현재 권리자, 이전 이력, 상표 도안, 지정상품·서비스, 출원일, 등록공고일, 현재 처리 상태를 확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처음 출원한 회사와 현재 권리자가 다를 수 있다. 총판의 관계회사나 다른 법인으로 권리가 넘어갔다면, 최초 출원인의 행위와 현재 권리자의 지위를 구분해야 한다. 영문 브랜드명뿐 아니라 중문명이나 로고가 별도 상표로 출원됐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지정상품·서비스는 등록으로 보호받는 범위를 정한다. 브랜드 글자가 같다는 사실만 확인하지 말고, 등록 기록의 상품·서비스와 본사가 실제로 상표를 사용해 온 상품·서비스를 대조해야 한다. 분류 번호만 적어 두기보다 구체적인 품목 목록을 보관하는 편이 좋다.
날짜는 용도가 다르다. 출원일은 본사의 선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고, 등록공고일은 아래에서 설명할 이의신청과 평정(評定) 신청의 기한을 계산하는 기준이다. 기한을 계산할 때는 출원 정보가 공개된 날짜가 아니라 등록공고일을 확인한다. 대만 상표법도 등록공고일부터 권리자가 상표권을 취득한다고 정한다. 대만 상표법 제33조
2. 한국 등록증 외에 입증해야 할 사실이 있다
한국 상표등록만으로 대만의 등록상표권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대만에서 등록하지 않은 외국 상표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타인의 등록을 다툴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유명 상표가 아니더라도, 계약이나 거래 등의 관계로 선사용 상표를 알게 된 사람이 모방할 의도로 출원한 경우에는 대만 상표법 제30조 제1항 제12호를 검토할 수 있다. TIPO의 외국 선사용 상표 안내
이 조항에서는 상표와 상품의 관계를 함께 본다. 본사가 먼저 사용한 상표와 총판이 출원한 상표가 같거나 비슷하고, 각각의 상품·서비스도 같거나 비슷해야 한다. 본사가 전혀 다른 상품에 사용한 이름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분야의 등록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선사용은 총판의 출원보다 앞서야 한다. 제30조 제2항은 선사용 판단의 기준을 출원 당시로 정한다. 따라서 출원 후에 만든 소개서나 최근 판매 화면만으로 과거 사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국 등록증은 한국에서의 등록 사실을 보여 주지만, 그 자체로 해당 상표를 어느 상품에 언제부터 실제로 사용했는지까지 모두 증명하지는 않는다. 대만 상표법 제30조 제1항 제12호·제2항
총판이 계약이나 업무상 거래, 그 밖의 관계를 통해 본사의 상표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필요하다. 출원 전에 받은 제품 카탈로그, 샘플 발송 내역, 로고 파일이 첨부된 이메일은 이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총판계약 자체도 사전 인지를 보여 주는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다. 계약 체결일과 자료를 주고받은 시점을 출원일과 함께 정리해 둔다.
또한 모방 의도가 인정돼야 한다. 반드시 상대방이 의도를 자백한 문서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 경위, 상표의 독창성, 출원 과정에서 한 설명 등 객관적인 자료를 종합해 판단한다. 단순히 “우리 브랜드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으로 나머지 요건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본사가 해당 출원·등록에 동의한 경우에는 제12호의 예외가 적용되므로 동의 여부도 함께 살펴야 한다. TIPO의 모방 의도 판단 안내, 대만 상표법 제30조
3. 제품 등록을 맡긴 계약이 상표 명의까지 정했는가
총판계약에는 현지 등록, 수입 절차, 포장과 표시사항을 총판이 책임진다는 조항이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등록’이 무엇인지부터 읽어야 한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등록·신고 업무를 맡긴 것인지, 상표 출원까지 맡긴 것인지, 총판이 자기 명의로 상표권을 취득하는 데 동의한 것인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계약에 ‘등록’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곧바로 상표 출원에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총판 명의의 출원이 언제나 제12호의 등록 제한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조항의 대상과 명의, 별도의 상표권 귀속 조항, 승인 절차, 계약 종료 후 이전 의무를 함께 읽어야 한다.
이메일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한다. “진행해 주세요”라는 답장이 제품 등록 서류에 대한 승인인지, 본사 명의의 상표 출원에 대한 승인인지, 총판 명의의 출원까지 허락한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답장 한 줄만 떼어 놓으면 당시 첨부파일과 앞선 논의를 놓치기 쉽다.
본사에 유리한 조항만 찾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명한 계약 전체와 부속합의, 변경계약, 위임장, 승인 이메일을 모아 동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 구분이 실제 재판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는 아래 DT56a 사건에서 볼 수 있다.
4. 등록 전과 등록 후에는 대응 절차가 다르다
아직 심사 중인 출원과 이미 등록된 상표는 대응 방법이 다르다. 등록된 상표에 대해서도 이의신청과 평정(評定) 신청을 반드시 순서대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 확인된 상태 | 검토할 절차 | 신청 주체·기한과 주의점 |
|---|---|---|
| 출원 심사 중 | 제3자 의견서로 사실·증거 제공 | TIPO의 심사 참고자료로 제출한다. 제출만으로 거절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
| 등록공고 후 3개월 이내 | 이의신청(異議) | 제48조에 따라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기한은 등록공고일 후 3개월이다. |
| 이미 등록된 상표 | 평정(評定) 신청 | 제57조에 따라 이해관계인이 신청할 수 있다. 제12호를 근거로 할 때는 제58조의 5년 제한을 확인해야 한다. |
출원 중 자료 제공은 TIPO의 제3자 의견서 안내, 등록 후 절차는 상표법 제48조와 제57조에 근거한다. 평정은 등록 당시의 요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대만 상표 주무관청인 TIPO에 등록 취소를 구하는 절차다. 한국 특허심판원의 무효심판과는 담당 기관과 절차가 다르다. 이해관계인은 이의신청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도 평정을 검토할 수 있다.
제12호에 따른 평정은 등록공고일 후 5년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다. 본사가 무단 등록을 발견한 날부터 5년을 세는 것이 아니므로, 뒤늦게 알았다는 사정만으로 기한이 새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악의적인 등록은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 사안에는 맞지 않는다. 제58조 제2항의 악의 예외는 제30조 제1항 제9호와 제11호에 한정되며, 제12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총판의 모방 의도를 입증할 자료가 있더라도 제12호의 5년 제한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대만 상표법 제58조
5. DT56a 사건에서 법원이 살핀 자료
DT56a 사건은 이스라엘 제조사 Se-cure Pharmaceuticals의 영양보충제 상표를 둘러싼 분쟁이다. 대만 유통회사가 DT56a를 출원·등록했고, 이후 다른 회사가 그 등록상표권을 넘겨받았다.
지식재산 및 상업법원(智慧財產及商業法院)은 2024년 11월 1일 선고한 113年度行商訴字第19號 판결에서 출원 전 브랜드 사용 자료, 유통계약과 계약 승계 자료, 이메일, 출원 심사 단계의 설명서를 함께 살폈다. 출원 전 대만에서 열린 전문가 회의의 포스터 사진과 2013년 언론 보도는 선사용을, 유통계약은 출원인이 거래를 통해 상표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했다. 1심 판결 원문
등록권자 측은 제품 등록·수입·마케팅 절차와 포장 표시를 담당하도록 한 계약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조항들이 해당 상표의 출원 권한이나 권리 귀속을 정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제조사에 지식재산권이 귀속된다는 조항과 동의를 부인한 이메일도 살폈으며, 제조사가 계속 제품을 공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상표 등록에 동의했다고 추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출원 당시 유통회사가 TIPO에 제출한 설명도 중요했다. 향후 상표권을 제조사에 이전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이전하지 않은 사정 등이 모방 의도 판단에 반영됐다. TIPO는 등록을 취소하는 처분을 했고, 법원은 그 처분에 불복한 등록권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제조사 앞으로 상표권을 이전하라는 판결은 아니었다. TIPO의 DT56a 판결 해설
등록권자는 상고했지만, 최고행정법원은 2025년 6월 25일 114年度上字第18號 결정으로 상고를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했다. 원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주장을 되풀이했을 뿐, 원심 판결이 어떤 법령을 어떻게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최고행정법원이 선사용이나 모방 의도에 관한 사실관계를 다시 심리한 것은 아니다. 최고행정법원 결정 원문
6. 자료는 ‘무엇을 증명하는가’에 따라 모은다
자료의 양보다 각 자료가 어떤 사실을 보여 주는지 분명한 것이 중요하다. 총판의 출원일을 표시한 연표에 다음 자료를 연결하면 부족한 부분을 찾기 쉽다.
- 다툴 등록과 기한: 출원·등록번호, 상표 도안, 지정상품·서비스, 출원일·등록공고일, 현재 상태와 권리 이전 이력.
- 출원 전 실제 사용: 날짜가 확인되는 카탈로그, 판매·수출 서류, 당시 포장 사진, 광고와 행사 자료. 거래 서류의 품목명과 사진 속 상표가 연결되는지도 확인한다.
- 총판의 사전 인지: 출원 전에 보낸 브랜드 소개서, 샘플 내역, 로고 파일, 이메일. 누가 언제 무엇을 받았는지 드러나야 한다.
- 동의의 대상과 범위: 서명된 계약 전체, 부속합의와 변경계약, 위임장, 출원 승인 관련 서신. 본사에 불리한 동의 자료도 빠뜨리지 않는다.
- 출원 경위와 모방 의도: 확보 가능한 출원 당시 설명자료, 명의에 관한 대화, 이전 약속과 그 이행 여부를 보여 주는 기록.
이메일은 발신자·수신자·날짜와 첨부파일이 남는 원본 형태로 보관한다. 화면을 잘라 저장한 이미지나 번역문만 남기지 말고 원문과 전체 대화도 함께 보존한다. 웹페이지는 주소, 게시일과 저장일을 구분한다. 오늘 저장한 화면이 과거에도 같은 내용이었다는 사실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된 로고 파일은 디자인의 존재를 보여 줄 수 있지만 실제 상품 판매에 사용됐다는 증거와는 다르다. 어느 자료가 선사용을, 어느 자료가 총판의 인지를 뒷받침하는지 구분하면 한국 등록증 하나에 모든 주장을 기대는 일을 피할 수 있다.
7. 취소 이후의 명의 확보와 협상도 따로 준비한다
총판의 등록을 취소하는 데 성공해도 상표가 자동으로 한국 본사 명의로 등록되거나 이전되지는 않는다. 본사 명의의 별도 출원과 등록 가능성, 합의에 따른 상표권 이전은 각각 검토해야 한다. 원하는 결과가 상대방 등록의 제거인지, 특정 상표권의 이전인지에 따라 신청과 협상의 내용도 달라진다.
총판이 이전을 약속했다면 대상 등록번호, 이전받을 법인, 필요한 서류와 이행 시점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협상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의신청이나 평정의 법정 기한이 멈추지는 않는다.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등록공고일을 기준으로 대응 기한을 관리해야 한다.
대만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한국 법인은 상표 출원과 관련 절차에서 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 대리인은 대만에 주소가 있고 법정 자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므로, 기존 총판이나 한국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그 자격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대만 상표법 제6조
분쟁 대응과 함께 향후 계약의 명의·허락 범위를 정비한다면 대만 진출 시 투자·가맹·라이선스 구조를 살피는 글을 참고할 수 있다.
상담을 준비할 때는 등록 기록과 날짜, 계약서 전체, 날짜가 확인되는 실제 사용 자료를 함께 정리하면 된다. 호정(昊鼎)국제법률사무소 증준외(曾雋崴) 변호사에게 문의하려면 wei@hoveringlaw.com.tw로 연락할 수 있다.
법령·판결 참고 기준일: 2026년 10월 3일(KST).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